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은 서울 광진구를 ‘돌봄서비스 1번지’로 만든 인물이다. 도우누리는 2008년 자활공동체 형태인 ‘늘푸른돌봄센터’로 출범해 2013년 직원들의 출자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생애주기에 따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봄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재가·시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지난달 9일에는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을 받아 베스트협동조합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있는 도우누리 사무실에서 만난 민동세 이사장은 “지난 9일 경주에서 열린 사회적경제박람회 베스트협동조합 부문에서 도우누리가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협동조합의 기본적 가치에 충실히 집중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협동조합의 운영원칙을 최대한 수용하고 원칙에 따라 조직을 운영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져 이번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돌봄서비스에는 협동조합이 가장 적합한가?
“도우누리의 시초는 2008년 서울 광진구에 설립된 자활공동체의 형태인 ‘늘푸름돌봄센터’다. 그러나 조직을 운영하는데 직원들의 참여가 법적으로 보장이 안 되는 자활공동체의 한계로 인해 조직형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우리는 ‘돌봄’이라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므로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영리조직이면 안 된다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기회가 생겨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을 위한 회의에 참석하게 됐고 거기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조직형태를 처음 접하게 됐다. 인적결사체이면서 기업조직의 형태를 띠는 비영리 법인격의 사회적협동조합이 우리가 지향하는 조직의 형태라는 생각이 들어 1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친 끝에 2013년 4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첫 번째 사회적협동조합이 됐다.”
-도우누리가 오랫동안 유지된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원래 광진주민연대가 위탁하는 지역자활센터의 센터장으로 일했었다. 자연스레 기초수급자분들을 접하게 되고 가난이라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러한 가난의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2008년 늘푸름돌봄센터를 차상위계층이나 기초수급자 6명과 함께 설립했다. 초창기에는 돈을 많이 벌어 후원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을 했었다. 그런데 재무제표를 확인해보니 엄청난 적자가 났다. 그때 우리나라에서 돌봄서비스로 돈을 번다는 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도우누리만의 신념과 가치를 만들기 위해 2년 동안 매주 주말마다 직원들과 모여 사회서비스분야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직구성원 모두가 철저히 공부를 한 결과 오랫동안 도우누리가 흔들리지 않고 별 탈 없이 유지됐다는 생각이 든다.”
-한 조직을 10여 년 이끌면서 경험한 어려움은?
“시간이 흐르고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여러 운영 시설에서 노사간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업장 내에서 직원들과 개별적인 갈등이 생길 때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나지만 노동조합과 같은 집단과 갈등이 생기면 해결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그 노사갈등의 책임은 결국 나한테 온다. 그때 가장 마음이 아프고 내가 지금 조직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느냐는 많은 회의감이 든다.”
-돌봄 노동자를 위한 서비스도 필요하다.
“서비스의 표준화된 구조, 매뉴얼 등이 일정한 서비스수준을 만드는 건 맞지만 그 일정한 수준을 넘게 하는 건 결국 ‘사람’이라 생각한다. 도우누리는 돌봄노동자한테 좋은 환경이 갖추어졌을 때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 생각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돌봄노동자의 처우에 관한 제도, 정책들이 많이 미흡하다. 이에 따라 좋은 품질의 돌봄서비스가 제공이 되기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자연스레 돌봄노동자들의 처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올해 지역 재가통합돌봄센터를 새로 건립했다.
“지역 재가통합돌봄센터의 대상은 노인분들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노인에게 제공되는 요양서비스는 크게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단기보호, 주야간보호 5가지로 나뉜다. 현재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달라 통합성이 사라지고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은 많은 혼란을 겪게 된다. 도우누리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요양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게 됐다. 이 돌봄센터는 4층 건물로 지어져, 1층은 식당과 노인분들의 커뮤니티 공간, 2층은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와 재가 요양을 제공하는 사무실, 3층과 4층은 주간보호센터로 구성됐다. 이렇게 여러 가지 요양서비스를 돌봄센터에서 한꺼번에 제공하게 돼 노인분들이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새롭게 계획하는 사업은?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만의 요양원을 세우는 거다. 현재 도우누리가 운영하는 요양원은 시립시설이므로 우리가 계획한 대로 운영을 하기가 쉽지 않다. 꼭 도우누리의 자산만으로 요양원을 지어 도우누리만의 돌봄서비스를 노인분들에게 제공하고 싶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도우누리가 이뤘던 가장 성공적인 성과는?
“돌봄서비스 측면에서 봤을 때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직 없다. 관련된 법과 제도들이 뒷받침되어야 우리가 제공하는 돌봄서비스의 질이 좋아지는데 아직 관련제도들이 미흡하고 보완돼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성과는 도우누리가 성장하면서 직원들도 같이 성장하는 거다. 예를 들어 원래 기초수급자나 무직자였던 분이 도우누리를 첫 직장으로 선택해 일을 시작하고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면서 승진을 할 때가 있다. 이때 많은 뿌듯함을 느낀다. 이런 게 가장 큰 성과지 않나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목표는?
“우선 2025년도를 목표로 가지는 비전은 지역과 협동하는 돌봄공동체가 되는 거다. 올해 세워지는 재가통합돌봄센터를 거점으로 광진구 지역 내에 있는 사회복지단체들이나 경제조직들과 협력해 보다 더 많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그래서 한 지역사회 안에서 시민이 모든돌봄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이수완 청년기자(청세담13기)